Chess
나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비록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게임이야말로 가장 진보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도구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게임계의 변화 속도가 그 어느 문화 콘텐츠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수많은 게임들이 제작되고 급격히 사라져 간다.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 주는 명작 게임이라도, 길게 잡아 몇 년 안에 모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다. 플랫폼도 몇 년 주기로 계속 변화한다. 가장 첨단의 기술들이 난무하는 게임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집착이 강한 나에게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컴퓨터 게임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바둑, 장기, 체스처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즐겨왔고 전통 있는 보드게임들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바둑, 장기, 체스 등을 비슷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장기와 체스는 같은 기원을 가진 게임으로서, 인도에서 만들어진 후에 동서로 전파되어 각각 장기와 체스가 됐다. 결과적으로 세부적인 룰은 좀 다르지만, 그 기본 개념은 거의 같은 게임이다. (확실한 게 아니라서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둑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전혀 다른 게임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보기엔 바둑이 가장 복잡하고 심오한 게임이다. 단, 그만큼 더 어렵고 초보자에겐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그에 비해 장기나 체스는 상당한 깊이와 재미를 갖췄음에도, 비교적 배우기 쉽다. 또 보다 전쟁의 형태에 가까워서 바둑보다 더 박진감이 있다. 참고로 바둑에서는 돌의 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매우 정적이다.
결국 체스를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장기와 체스가 거의 같은 게임이라면, 이왕이면 멋있어 보이는 체스가 나을 것 같다… 체스를 공부할 책도 구입했고, 조만간 체스 보드도 살 생각이다. 굳이 체스 세트가 없어도 컴퓨터와 인터넷만으로도 얼마든지 체스를 즐길 수 있다.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지만, 처음에는 재미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어렵게만 생각될 것이다. 특히 바둑이나 장기, 체스 같이 오래된 역사를 가진 게임들은 그간에 정립된 룰과 이론을 학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체스가 컴퓨터 게임들처럼 몇 년 사이에 잊혀질 일은 없으니 시간은 많다. 이번 기회에 나도 조금은 고상해 보이는 취미를 가져보자.
# PS: 장기와 체스를 비교했을 때, 장기의 가장 큰 단점은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각각의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 물론, 기본 개념은 공유하지만 세부 규칙이 다르면 당연히 함께 플레이할 수 없다. 그냥 그들만의 리그인 것이다. 반면에 체스는 전 세계에서 공통의 룰을 사용하고, 결과적으로 장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체계화 되어 있다. 이는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