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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David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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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20080323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내 평생 가위에 눌려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말로만 들었을 뿐 경험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경험자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

  1. 정신은 깨어있는데,
  2.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고 눈도 떠지지 않는다.
  3.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어떤 존재가 느껴진다.

솔직히 직접 겪어본 게 아니라 별로 미덥지 않았었다. 그냥 조금 특이한 꿈을 꾼 것인데, 괜히들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약 반년 전…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해봤다.

그날 밤 잠을 자던 중에 무언가가 내 몸 위에 얹혀있는 느낌 때문에 잠에서 깼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자의 몸이 내 몸 위로 포개지는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눈은 떠지지 않았지만 정신도 말짱했고 느낌도 너무나 뚜렷했다. 내가 기혼자였다면, 당연히 아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난 독신이고, 한밤중에 우리집에 숨어들어 나를 덮칠만한(?) 여자도 없기 때문에, 눈이 떠지지 않는 중에도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동안 그 무언가가 날 끌어올려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서서히 상체가 일으켜지는 가운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일으켜지면 뭔가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기독교인인 내 입에서는 간신히 "주여…"라는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그 말과 동시에 눈이 떠지고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끝나버렸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특징이 모두 나타나는 전형적인 가위눌림이다. 그날 이후 나도 가위눌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