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와 인간 Arms and the Man
<무기와 인간 Arms and the Man> -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원래 독서를 즐기는 편인데, 최근에는 희곡을 읽는 것에 빠져있다. 그리고 오늘 조지 버나드 쇼의 <무기와 인간>을 읽었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 모든 것을 집어넣어야 하는 희곡의 특성상, 다소 무리한 전개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마치 현대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유쾌한 작품이었다. (감히 조지 버나드 쇼의 작품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느낌을 말했을 뿐…)
다만, 소설이든 희곡이든 뭔가를 읽게 되면 가끔은 주인공 보다 주변의 인물들에게 관심이 갈 때가 있다. 조금 씁쓸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니콜라의 존재다. 가장 우월한 인물로 묘사된 블룬칠리와 루카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 (블룬칠리는 능력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는 부와 지위를 모두 가진 인물이었고, 루카는 지위는 낮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고 재치있는 여자였다.) 비록 그다지 현명하지는 않지만 높은 신분의 라이나와 세르지우스는,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기 때문에 크게 손해본 것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던 니콜라는, 낮은 지위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가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맘이 아프다.
오래전에 본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표면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듯한 내용이었지만, 결국 여주인공이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성형수술을 통해 얻게 된 아름다운 외모 덕분이다. <무기와 인간>도 비슷하다. 표면적으로는 상류층의 무지함과 속물 근성을 비판하는 듯 하지만, 결국 막대한 부를 가진 블룬칠리는 사랑을 얻었고 루카의 성공 역시 부와 지위를 동반한다. 사랑을 잃고 힘없이 체념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가진 것 없는 니콜라였다.
조지 버나드 쇼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 자신 조차도 비중이 크지 않은 하인 니콜라의 처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인지 알 방법은 없다.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씁쓸함이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