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난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기독교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사실 그 누구도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면, 교회에서 흔히 듣게 되는 답변은 "이해하려 하지 말고 믿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알지 못하면 도대체 무엇을 믿으라는 얘기인가? 최소한 나에게는 어려운 요구다.
기독교의 여러 교리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그 유명한 삼위일체론이다. 너무 복잡한 내용이라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니 설명할 능력도 안되지만, 굳이 요약하자면 "성부, 성자, 성령은 하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내용이다. 일단, 문장의 표면적인 의미부터 논리적이지 않다. 더 이상한 점은, 성경 내에 삼위일체라는 개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혹자는, 성경과 상관 없이 후대에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진 교리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 또는 교단은 기독교 내에서 이단으로 취급받는다.
실제 성경을 읽어보면 성부, 성자, 성령이 하나로 느껴지지 않는다. 각각 별개의 신으로 느껴질 뿐이다. 삼위일체를 믿는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 조차 마음속으로는 성부, 성자, 성령 순서로 위계질서가 잡혀있다는 뜻이다. 성부와 성자는 두명의 신이고, 성령은 신이라기 보다는 메신저에 가까운 느낌이다. 즉, 일반적인 기독교인들 조차 일종의 다신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그 것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이단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라는 말이 있다. 66권으로 이루어진 성경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기록됐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서로 상충하는 문장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뿌리인 성경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러한 논리적 오류들은 뭔가 그럴듯한 설명을 붙여 말이 되는 것으로 포장하곤 한다.
예를 들면 1권에 "A는 B이다"라는 문장이 있고, 66권에 "A는 B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논리적 오류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문장 자체로는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각 문장에서 B가 상징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논리적 오류라고 볼 수 없다. 그 이면을 따져보면 결국 같은 의미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매우 흔히 있는 일이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삼위일체론 역시 성경의 수많은 다른 부분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진 개념이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기독교인으로서, 그런 불경스런 의심을 품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