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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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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20150501

나는 종합격투기를 매우 좋아한다. 흔히 '이종격투기'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초창기에는 복싱 선수와 태권도 선수의 대결, 유도 선수와 레슬링 선수의 대결 등등 "서로 다른 투기종목 선수들간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이종격투기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요즘은 여러 종목의 장점들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기술체계를 갖춘 별도의 종목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종합격투기'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그리고 몇년전, 종합격투기 경기를 보다가 재미있는 말을 듣게 됐다. 한 선수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해설자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아, 상대 선수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자신의 공격을 좀 더 많이 적중시키면, 경기를 훨씬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을텐데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격투기에서 잘 막고 잘 때리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은 세살 먹은 아이도 안다. 지고 있는 선수가 그걸 모를 리 없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잘 막고 잘 때릴 수 있느냐다.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의 거센 공격과 철저한 방어때문에 알면서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해설자의 말은 100% 맞는 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 없는 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경험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 삶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매우 자주 접하게 된다.

난 기독교인이라 매주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를 드리는데, 목사님의 설교는 대부분 "신앙생활 열심히 하고 죄를 짓지 않아야 복을 받는다"는 비슷한 요지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설교를 듣는 기독교 신자들 중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다만, 그들 인생에서 겪는 수많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유혹 때문에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그러한 어려움과 유혹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가"라는 방법론적인 내용의 설교를 해야한다. 물론, 그런 설교를 하는 목사님은 흔치 않다.

비슷한 경우는 직장생활에서도 경험한다. 영업사원들은 매출증대방안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자주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방안이라는 것이 의미없는 말장난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영업사원들은 "매출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신규 아이템의 판매를 확대하고 신규 시장 개척에 힘써야 합니다" 따위의 말을 자주 하는데, 분명 맞는 말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하면 신규 아이템 판매를 늘리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듣기에만 좋은 말들을 의미없이 나열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