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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악

David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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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20170405

우리나라 정치는 크게 진보와 보수 두가지 흐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니,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좀 더 극단적인 경향이 있을 뿐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진보 진영은 평등과 분배 등의 가치를 중시하고, 보수 측에서는 자유와 성장에 무게를 둔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의 보수는 사실상 지리멸렬한 상태다. 개인적으로 보수의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이 안타깝다는 뜻이 아니다. 박근혜와 같은 부적절한 정치인이 (사실은 보수의 가치와 상관이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이름을 걸고 대통령이 됐다가 결국은 문제를 일으키고 탄핵됨으로써, 오히려 보수를 궤멸시켜버린 현 상황이 아쉽다는 뜻이다.

물론, 이 부분은 보수 진영 전체의 책임도 크다. 정경유착, 부패, 불공정, 불평등 같은 것들은 사실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와 상관 없이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바로 "적폐"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이와 같은 적폐들을 야기한 사람들이 주로 보수 측 정치인이었다는 점이다. 즉, 이런 적폐들은 보수의 가치와 상관 없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수와 적폐가 동일한 의미처럼 받아들여지게 됐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진보 측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로부터 더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들이 더 뛰어난 성품과 청렴함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나라 현대사 전반에 걸쳐서 그들이 권력을 잡았던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런 적폐를 만들어낼 기회 자체가 적었을 뿐이다. (기회만 있었다면, 보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볼 때는, 진보 정치인들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더 적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보수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다. 바꿔말하면, 진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는 진보 보다는 보수의 가치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 보수 측은 "대체로 맞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 말을 지키지 않는 나쁜 사람들"이고, 진보 측은 "사람은 비교적 착하지만, 어느게 맞고 어느게 틀린지 구분도 하지 못하는 멍청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금의 판세를 보면, 그 "나쁜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멍청한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당선 가능한 보수 후보는 전무하고, 진보 측에서 그나마 덜 편향된 후보를 뽑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