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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불명

David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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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20170411

최근 충치 치료를 했다. 치료를 받은 직후에는 이가 시리고 욱신거려서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불현듯, 내가 "이가 시리다" 또는 "욱신거리다" 라고 표현하는 그 느낌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느낌과 동일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용하는 맛을 표현하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맛은 비교적 명확히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부모가 말을 배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고 그 사탕의 맛을 표현할 때는 "달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가르칠 수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사탕의 맛은 먹는 사람 누구에게나 비교적 일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부모가 "달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맛은 아이가 배워서 알게 되는 "달다"라는 단어가 표현하는 맛과 동일하다.

그런데,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표현하는 단어는 상황이 좀 다르다. 물론 단순히 "아프다"라는 단어는 쉽게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이가 시리다", "욱신거리다"와 같은 단어들뿐만 아니라 "뻐근하다", "쓰라리다" 등등 복잡미묘한 통증을 표현하는 단어는 아이에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를 인위적으로 아이가 느끼도록 할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 느낌을 아이에게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욱신거리다"라는 단어를 외국인에게 설명한다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결국,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욱신거리다"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그걸 듣는 다른 사람들이 연상하는 느낌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을 통해 배운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가 어떻게 그런 단어들을 배웠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 추측컨대, 이와 같은 단어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동일한 단어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