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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David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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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 F.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

드디어 <위대한 개츠비>를 다 읽었다. 마음의 위안이 얻고 싶어서, 그리고 출장 중 비행기 안에서 시간도 때울 겸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멋진 작품이었다. 전문적인 문학 비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없고, 그냥 느낀 바를 몇 자 적어보겠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점은, 이 소설이 거의 100년이나 된 고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이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는 점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있는 인간 군상들, 그 와중에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실패하는 주인공,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의외의 결과를 불러오는 반전 등등…

어찌 보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막장드라마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이런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여자가, 돈 때문에 사랑 없는 결혼을 했는데, 예전에 사랑했지만 가난해서 헤어졌던 남자가, 피나는 노력 끝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자기 과거를 숨긴 채 다시 그녀에게 접근하고, 당연히 이런 저런 갈등이 생겨나는데, 결국에는 그 여자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슬프게 최후를 맞이한다." 상당히 익숙하지 않은가? 이게 바로 <위대한 개츠비>의 내용이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분명 막장드라마와는 차이가 있다. 우선, 인물들이 상당히 입체적이다. 개츠비는 분명 주인공이지만, 불법적인 일로 돈을 번 인물이다. 그리고 자기 사랑을 합리화하려고 하지만, 어쨌든 남의 아내를 탐하는 불륜남이다. 데이지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자지만, 결국 돈을 선택하는 속물이며, 책임감이나 지적 능력도 좀 떨어진다. (딸이 되기를 바랬던 "예쁘고 머리 나쁜 여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톰 뷰캐넌은, 전반적으로 악역처럼 보이지만, 머틀이 죽었을 때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의 순수함 역시 가지고 있다. 즉, 악역은 한없이 나쁜놈이고, 주인공은 한없이 착한 평면적 인물만 넘쳐나는 막장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위대한 개츠비>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된 아름다운 표현들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으면서, 어딘가에 적힌 줄거리 요약 정도만 읽고 작품 전체를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다른 대부분의 고전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요약한 내용만 보면 당연히 각각의 문장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표현을 절대 느낄 수 없다. 아마도 "막장드라마 비슷한 내용의 치정극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거지?" 라고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직접 읽어보면, 그리고 최소한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한 문장 한 문장 감탄하며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너무 재미있고, 아름답고,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자 마자 바로 영화판을 봤는데, 역시 원작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랑의 숭고함과 덧없음을, 아름다운 표현을 통해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