젋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위대한 개츠비>에 이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 읽었다. 단순히 연이어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두 소설 사이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비교를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공통점은 이렇다. 두 소설 모두 주인공이 유부녀(개츠비: 데이지 / 베르테르: 로테)를 사랑하고, 그 유부녀는 안정적인 현실(개츠비: 톰 뷰캐넌 / 베르테르: 알베르트)과 주인공의 사랑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고통 받던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면서(개츠비: 타살 / 베르테르: 자살) 소설이 마무리된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제 3자의 눈(개츠비: 닉 캐러웨이 / 베르테르: 빌헬름)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유사하다. 당연히 세부적인 내용은 매우 다르지만, 이정도 공통점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근거 없이 추측을 해보자면,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인 F. 스콧 피츠제럴드가 활동하던 시기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미 매우 유명한 소설이었고, F. 스콧 피츠제럴드 정도 되는 작가가 그런 유명한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을 리 없으니, 아마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두 소설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도 존재한다. 개츠비의 인생을 보면 (실패한 사랑을 제외하고) 도저히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맨손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고, 그 부를 바탕으로 사랑을 되찾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며, 그 화려한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 빈틈이 없었다. 물론, 나중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건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불완전함일 뿐이다. 그 불완전함을 고려해도, 여전히 보통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인물이다. 그러나, 베르테르는 다르다. 베르테르는 보통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 있어도, 그저 바라보고 주위를 맴도는 것 외에 그 어떤 적극적인 행동도 취하지 못한다.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다가, 로테를 잊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구하기도 했고, 결국 잊지 못해 다시 로테 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돌아와서도 달라진 것 없이 그냥 혼자 짝사랑을 이어갈 뿐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솔직히, 소설적 재미를 따지자면 <위대한 개츠비>가 훨씬 재미있다. 화려하고,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반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답답하고 지루한 주인공의 신세 한탄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숨겨진 비밀이나 극적인 반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감정 이입"이 아닐까 한다. 나를 포함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다. 굳이 현대의 한국에 비교하자면,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사랑 놀음이라고 볼 수 있는 <위대한 개츠비> 보다, 그냥 일반 직장인의 삶 가운데 사랑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더 공감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대한 개츠비>는 전혀 감정 이입이 안되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따분하고 재미 없는 소설이라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위대한 개츠비>도 눈물이 날 정도로 공감 되는 부분이 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재미가 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개츠비>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아름다운 표현들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다. 소설의 내용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표현을 음미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간혹, 너무 과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소설 자체가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서간체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 과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