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Animal Farm
<동물농장 Animal Farm> - 조지 오웰 George Orwell
벌써 여러 번 얘기했지만, 나는 고전 문학을 좋아한다. 고전으로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높은 역사적 가치 또는 뛰어난 문학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즉, 고전 문학이 재미없고 따분하다는 것은 명백한 오해다. 애초에 재미가 없다면,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가 없다.
그리고,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역시 그런 고전 작품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대략적인 내용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정작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본 적이 있는 이 소설을 나이 40이 되어서야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나 예리하게 정곡을 찌르는 소설이다. 왜 고전의 반열에 올랐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동물농장>은 기본적으로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 대한 풍자 소설이다. 소설 속의 캐릭터들이 각각 실제 역사 속의 인물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참조: Wikipedia) 물론, 다른 대부분의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당시 소련의 정치 상황을 잘 모른다. 그냥 제정 러시아가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공산화됐고, 레닌의 사후에 스탈린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고, 뒤이어 가혹한 숙청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당연히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배경 지식이 없어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소설과 비슷한 모습은 꼭 스탈린 당시의 소련이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든 민주주의든 어차피 부패한 지도자와 무지한 대중은 어디에나 있다. 정치 체제에 관계 없이 누군가는 지도자가 되어서 권력을 잡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그것이 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현대의 한국인이 읽어도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 그러한 모습을 풍자한 명작이다.
때로는 코믹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허무함이 남는다. 진지하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가볍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좋은 의미로) 매우 독특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