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주차 구역
차별은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실제 잘못을 해서 불이익을 받는 건 차별이 아니다. 죄 짓고 교도소에 가는 것은 차별이 아닌 것처럼. 앞서 동성애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차별이다. 스스로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 너무나 긴 시간 동안 존재해온 뿌리깊은 차별이 있으니, 그게 바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간혹,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시적인 케이스 별로는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일반화할 수 있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그 정도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존재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차별이기에, 그에 대한 저항의 역사도 깊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정당한 자기 방어 행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식의 선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일부 생긴다. 그러나, 그 어떤 조직이나 단체나 계층을 보더라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일정 비율로 반드시 섞여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일부의 문제로 인해 페미니즘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쨌든, 내 생각에 대해 전반적으로 적다 보니 서설이 길어졌다. 사실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는, 여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여성에 대한 비하가 되어버린 어떤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이다. 바로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이다.
운전 실력은 성별과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이 생겨난 것은, "여성들은 운전 실력에 있어서 남성들 보다 열등한 존재다"라는 차별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을 보고 불쾌감을 느낀다는 외국인 여성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운동 경기를 생각해보자.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별에 따라 분리하여 경기를 한다. 이 것은 생물학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차별이나 비하가 아니다. 또한, 남자부와 여자부를 나눈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피해를 보는 일도 없다. 그러나 주차는 전혀 다른 문제다.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을 나눔으로써 여성들은 명백한 비하의 대상이 되고, 반대로 남성들은 주차 공간의 부족이라는 불편을 겪게 된다.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러한 부분은 여성 단체들이 나서서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단순히 편안함을 위해 비하의 의미가 담긴 특권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성 평등에 대한 인식을 퇴보시킬 뿐이다.
# PS: 혹시나 오해가 있을지 몰라 첨언을 하자면, 장애인이나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은 당연히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건강한 여성들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여 별도의 주차 구역을 지정하는 과잉보호에 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