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대사 부인 & 지하철
최근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옷 가게 종업원을 폭행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당연히 큰 잘못이다. 그러나… 대사 부인 정도 되는 사람이 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저질렀을까? 주차 위반 따위의 사소한 잘못도 아니고, 자신과 남편의 삶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한 그런 행동을 왜 한 걸까? 전후 사정을 모르는 우리가 섣불리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내가 겪었던 일을 한가지 얘기해보겠다. 몇 달 전쯤, 한참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당시의 일이다. 퇴근을 위해 지하철에 탔는데,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코를 가리지 않고 반쯤 내린 상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한 남성이 나서서 그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똑바로 착용하라고 주의를 주는 일이 생겼다. 그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문제는 그 사람의 태도다. 시비를 거는 듯한 불손한 태도로 지적질을 시작했고, 그런 태도에 반감을 느껴 끝까지 마스크를 올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욕설까지 내뱉었다.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방법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러다가 시비가 붙고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경찰이 개입하고 뉴스에라도 나오게 되면, 과연 어떤 식으로 기사가 작성될까? 아마도,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 이를 지적하는 시민을 폭행했다"라고 나오지 않을까? 내가 직접 본 사실에 의거하여 판단하자면, 애초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당연히 문제지만, 그런 방식으로 지적을 했던 사람에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가 예의를 지키면서 말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싸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별 일 없이 지나갔다.) 물론, 언론 기사만 보면 그런 부분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마스크로 인해 발생한 시비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온다. 일반적으로는, 지적을 한 쪽이 정의로운 시민이고 지적을 당했던 쪽은 범죄자처럼 묘사되는데, 지하철에서의 경험을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사건에서도 벨기에 대사 부인이 갑질을 일삼는 악녀처럼 묘사되는데, 혹시 그렇게까지 격분할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