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정호영
정치권의 내로남불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여야를 가리지도 않는다. 그런 일이 생겨도 너무 흔해서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최근 아주 재미있는 내로남불 이슈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바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에 대한 내용이다. (존칭 생략)
이번 건이 특별히 재미있는 이유는, 대한민국 내로남불계의 끝판왕이자 사실상 윤석열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인, 조국 케이스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사회 지도층에 있는 부모가 자식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과 인맥을 총동원하여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여기서 핵심은 각 당의 반응이다. 최대한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민주당은 과거 조국을 철저히 옹호했었다. 그리고 지금의 정호영은 마치 조국 케이스에서 이름만 바꾼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따지면, 조국을 옹호했던 민주당은 정호영도 옹호해야 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조국을 극도로 비난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정호영도 비난해야 한다. 상식과 논리로 상황을 보면 그런 결과가 나와야 맞다.
그런데 각 당의 반응은 그와 정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정호영을 비난하고, 국민의힘은 정호영을 옹호한다. 결국 양당 모두 상식과 논리, 옳고 그름 따위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진영논리만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까지 철면피일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신비로움마저 느껴진다.
# PS1: 정호영에 이어 한동훈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연히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고, 개인적으로는 절대 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쪽 분야의 선구자인 조국이 등판해서 연일 한동훈을 비난하고 있다. 그냥 웃음만 나온다. 물론, 한동훈과 정호영은 조국의 적이다. 그러나 적들이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자기 잘못이 상쇄되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조국은 그들을 비난해선 안된다.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안다면 말이다.
# PS2: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윤석열의 태도다. 문재인 정권은 조국을 감싸다가 무너졌고, 그 반사 이익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바로 본인이다. 그러면 당연히 문재인 정권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텐데,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동훈과 정호영을 그대로 임명해버리면 새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고, 지명을 철회하면 국민들에게 "윤석열은 다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오히려 인기가 올라갈 것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