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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llisto Protocol

David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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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었고, 출시 직후 구매하여 틈틈이 플레이하다가, 드디어 <칼리스토 프로토콜 The Callisto Protocol>의 엔딩을 봤다. 아주 간략히 설명하자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개발 당시부터 <데드 스페이스 Dead Space>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불렸던 게임으로, 고전 명작 <데드 스페이스>의 원 개발자가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개발하는 작품이기에 전 세계적인 기대를 받았고, 한국 자본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특히 한국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출시 이후에는 여러 단점이 부각되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며, 마침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어 크게 성공한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에 완전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다수의 리뷰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꼽아보면, 대략 "독창성의 부족", "단조로운 전투", "최적화 실패"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내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고 싶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먼저 독창성이 부족한 것은 맞다. 기본적으로 고전 <데드 스페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그 외 다른 유명 게임들을 모방한 듯한 부분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꼭 독창적이어야만 하는 걸까? 어차피 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모방한 <데드 스페이스> 역시 다른 게임 또는 영화 등을 모방하여 개발됐다. (단, 내가 말하는 "모방"은 "표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표절"은 범죄다.) 즉, 독창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독창적이지 못한 소재라 하더라도 이를 잘 엮어서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설정이나 스토리가 특별히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투가 단조로운 것도 사실이다. 게임에서 최초로 마주치게 되는 가장 약한 몬스터부터,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 최종 보스까지, 전투 방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물론, 몬스터 종류별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이고 큰 흐름은 항상 동일하다. 뭐랄까… 약간 성의가 없어 보이는 디자인이었던 것 같다. 다만, 동일한 방식의 전투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올라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어려운 전투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던 것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받았던 가장 큰 비판은 최적화에 대한 것이었다. 다만, 내가 워낙 저사양 PC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게임이 다소 버벅거려도 개의치 않는 편이고,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경우에는 사양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콘솔로 플레이했기 때문에, 최적화 문제를 체감하지는 못했다. (내가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변호하는 내용이 됐는데, 사실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따로 있다. 바로 스토리의 "완급 조절"이다. 이 게임의 플레이 타임은 대략 10시간 정도인데, 나는 13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여느 게임과 마찬가지로, 게임 시작 시점의 주인공은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싸우게 된다 (기). 그 과정에서 여러 정보를 모아 진실에 접근해 나가다가 (승), 결국에는 모든 비밀을 밝혀내고 (전), 그 음모를 분쇄한다 (결). 문제는, 내 플레이 타임 총 13시간 중에서 (기) 부분만으로 10시간가량이 지나갔다는 점이다. 즉, 아무 정보도 없고 이유도 모르는 지루한 싸움을 10시간이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뭔가 좀 진전이 있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되면, 갑자기 진행 속도가 정신없이 빨라져서, 3시간 동안 (승)-(전)-(결) 부분이 모두 지나간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토리의 완급 조절에는 명백히 실패했다.

결론적으로,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명작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졸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범작 정도는 충분히 될 수 있는 게임이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조금 느긋하게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