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비교
많은 사람들이 업무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여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동일한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고, 어떤 소프트웨어가 나에게 적합할지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중간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어느 것이 더 나을지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나는 단순 리뷰 보다는 비교하는 글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Ex: Debian vs Fedora, Emacs vs Vim 등) 그런데, 이런 글들은 대게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나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처음에는 피상적인 정보만 나열하다가, 결국에 가서는 "양쪽 다 장단점이 있으니 뭐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사용자의 취향 따라 선택하라"는 내용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상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주관적인 의견을 말해야 할 상황에서 조차 불필요한 중립성을 유지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어차피 이 세상에서 완전히 객관적인 의견이나 글은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글을 읽는 사람은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알고 싶었을 텐데, 결국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고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글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라도 좋으니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명확히 언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필자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단지 참고하기 위해 글을 읽는 것인데, 이처럼 결론이 없다면 아예 참고할 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 PS: 소프트웨어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위와 같은 현상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장르의 게임을 비교하거나, 핸드폰 모델을 비교하거나, 비슷한 등급의 차량을 비교할 때도 "난 이쪽이 더 좋아!"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