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 Blade: Warband
영화나 게임 등의 매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테마는 중세 배경의 전쟁물이다. 사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주제여서 관련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 오늘은 <Mount & Blade: Warband>라는 게임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일단 전쟁과 관련된 게임 장르는 크게 "전략" 게임과 "액션" 게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략 게임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군대(또는 국가)를 지휘 및 운영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고, 액션 게임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한 개인이 직접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플레이했던 전략 게임은 너무나 유명한 KOEI사의 <삼국지 2>라는 작품이었는데, 당시 기준으로는 정말 최고의 게임이었고, 약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만, 현장감 측면에서는 액션 게임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삼국지 2>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략 게임의 태생적 한계였다. 반면에 액션 게임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현장감은 뛰어나겠으나, 군대를 지휘하고 운영하는 요소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삼국지를 즐기던 당시에, 이와 같은 전략 게임을 개인 시점으로 만들되 액션 게임처럼 단순히 혼자서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대 지휘나 운영, 내정 및 외교 등의 거시적 관점의 상호 작용도 개인 시점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과 매우 유사한 방식의 게임이 이미 나와있었다. 그 게임이 바로 <Mount & Blade: Warband>다.
2010년에 출시된 <Mount & Blade: Warband>는 2008년작 <Mount & Blade>의 확장팩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확장팩이라기 보다는 리마스터로 보는 것이 맞다. 단순히 <Mount & Blade>에 무언가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원작의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Mount & Blade: Warband>는 원작의 후속작이 아니라 "대체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어쨌든 <Mount & Blade: Warband>는 앞서 언급했던 거시적 전략, 미시적 액션, 국가 운영, 캐릭터 육성, 거기에 스토리까지 모두 갖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게임이다. 물론, 각각의 요소들이 모두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하나로 합친 게임은 <Mount & Blade: Warband>가 거의 유일하다. "Calradia"라는 가상의 대륙(단, 판타지 요소는 전혀 없고, 현실의 중세에 기반한 지극히 사실적인 세계관이다.)에서 일개 떠돌이 용병부터 시작하여 영주를 거쳐 왕까지 될 수 있는 방대한 내용, 그 과정에서 개인으로서의 전투와 부대 단위의 지휘를 모두 경험하면서, 나중에는 영지 및 국가 운영과 외교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 게임은, 중세 전쟁물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궁극의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내가 이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미 출시된지 10년이 넘게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이미 <Mount & Blade 2: Bannerlord>가 발표된 상태였고, 그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Mount & Blade: Warband>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Mount & Blade: Warband>라는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게임이라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어차피 내 PC 사양으로는 비교적 최근 작품인 <Mount & Blade 2: Bannerlord>를 플레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Mount & Blade: Warband>를 시작하게 됐는데,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게임이었다.
중세 전쟁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거의 인생 최고의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오래된 게임이기 때문에 그래픽은 보잘것 없지만, 어차피 그래픽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취향이기도 하고, 구식이지만 나름 조화로운 그래픽이라서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꼭 플레이해 보기를 권한다.
# PS 1: 일단은 <Mount & Blade: Warband>를 실컷 즐기고, 몇 년 후에 PC를 업그레이드하면 그때 <Mount & Blade 2: Bannerlord>를 플레이할 생각이다. 그때 쯤이면 PC 사양도 올라갈 테고 <Mount & Blade 2: Bannerlord>도 이미 오래된 게임일 테니까, 플레이에는 문제가 없을 듯 하다. <Mount & Blade 2: Bannerlord>는 <Mount & Blade: Warband>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모든 면에서 발전된 게임이다. 당장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기대가 된다.
# PS 2: 참고로 <Battle Brothers>라는 게임이 있는데, <Mount & Blade: Warband>와 매우 유사하지만 2D 턴제 전투를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다. 분명 그 나름대로 매우 뛰어난 게임임에 틀림 없지만, 완벽하게 <Mount & Blade: Warband>의 하위 호환이라서, 조금 플레이하다 보면 오히려 <Mount & Blade: Warband>가 생각나기 때문에, 결국 <Mount & Blade: Warband>로 돌아오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타까운 느낌이 드는 게임이다. 그만큼 <Mount & Blade: Warband>가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