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과잉
Tags: +human, +인생, @진로
2025-12-11

이런 광고 카피를 본 적이 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꿈을 좇아 도전해봐! 하고 싶은 걸 해봐! 넘어져도 좋아! 길을 잃어도 좋아!"
사실 곳곳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다. TV 토크쇼, 자기 계발 강연, 진로 상담 등등. 아무래도 경험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듯 하여 정말 우려스럽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얘기이기 때문이다.
통상 누군가가 진로를 결정할 때, 보통은 자신의 "희망"과 "의무"와 "능력" 3가지를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희망: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의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 능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예를 들면, 나는 대학교에 가서 문학을 전공하고 싶지만(희망), 당장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공장에 취업을 해야 할 수도 있고(의무), 취업을 하려고 보니 지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에 다녀야 할 수도 있다(능력).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3가지 요소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는 위 3가지 요소 중 "희망"이 무시되고, "의무"와 "능력"만 과도하게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포기하고 해야 하는 일 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오신 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자아실현은 꿈도 꾸지 못했고, 이제 사회가 변화해 가면서 이와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희망"을 강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절대로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향이 너무 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광고 카피처럼, "의무"와 "능력"은 전부 무시하고 "희망"만 강조하다가 결국 실패하게 되면,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물론, 정말로 뛰어난 능력이나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상관 없다. 그러나, 한번 실패하면 끝장이라서 시행착오조차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헛소리로 들릴 뿐이다.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진로 선택도 마찬가지다. 많은 청년들이 "희망"과 "의무"와 "능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성공적인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